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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9 생각해보니, 특이한 내 이력들 (9)

친구 한글로의 포스트 덕분에 내가 고등학교 때 모교의 배지(badge)를 디자인했었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나는 내가 한때 디자인(그러니까, 미술!)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근 10여 년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부터 나는 뭔가 하나씩 특이한 일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쑥스럽지만, 몇 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중학교 때는 교회에서 율동(그러니까, 무용!)을 했다. - 나는 교회의 유일한 남성 율동단원이었다(참고: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대학교 때는 록밴드(그러니까, 음악!)를 했다. - 공대를 다녔던 나는 록음악에 무척 심취해 3학년 때쯤 ‘가난한 뮤지션’으로 살아갈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음악 실력이 모자라서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대학원 때는 소설 창작(그러니까, 문학!)을 했다. - 지도교수가 미국으로 휴가를 가 있는 사이 몰래 써본 소설로 교내문학상을 덜컥 받았다. 이후 인생이 꼬이기 시작해 그 몇 년 뒤, 글을 쓰며 살겠다고(ㅡㅜ), 결국 학교를 떠났다(그래서 지금 이렇게 됐다).

막 군에 입대한 뒤에는 배를 탔다(그러니까, 항해!). - 공군에 가려다 만일의 사태(그러니까, 떨어지는 사태)를 대비해 해군에 가고, 교관에 지원하려다 다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항해병과에 지원하는 바람에 결국 1년간 바다 위에 떠 있었다(뭐, 값진 경험이었다).

이 밖에 프로그래머로 1년간 인터넷쇼핑몰 등을 만든 경험이, 사회부 기자가 돼서 밤낮없이 경찰서 ‘마와리’를 돈 경험이, 월급 안 주는 언론사를 뛰쳐나와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먹고살 길이 막막해 학원강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건 그냥 각설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다보니, 돌이켜보건대, 인생은 재미있었다. 그러나 서열을 중시해 그 ‘바닥’에 언제 들어왔는지가 경력과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한국사회에서는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다(나는 아직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단순하고 평범하게 살아야 할까. 나는 선뜻 ‘그러자’고 대답하지 못하겠다. ‘그냥 한국을 떠나고 말지.’ 이게 지금 내 생각이다. 아니면, 한국 안에서라도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이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찾아내든가(또는 만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