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뉴스는 더 열리고, 더 겸허해져야 한다.”

지난주 서울 서초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에 모인 김사승 교수(숭실대), 김익현 기자(inews24), 블로거 블루문(본명: 이준영)은 어느덧 서비스 시작 100일을 맞이한 미디어다음 ‘블로거가 만든 뉴스’(이하 블로거뉴스)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이 같은 조언을 했다.

지난달 25일 숭실대 김사승 교수(오른쪽부터), inews24 김익현 기자, 블로거 블루문이 서울 서초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 회의실에서 미디어다음 '블로거가 만든 뉴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특히 김 기자는 “현재의 블로거뉴스는 블로그 저널리즘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그 근거로 블로거뉴스가 ▲외부 블로그에 열려 있지 않다는 점 ▲편집자가 일방적으로 기사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편집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 역시 “(미디어다음이) 블로거들에 대한 통제권을 파격적으로 내려놓기를 바란다”며 “블로거들에게 편집권을 대폭 이양하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는 블로거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는 기초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실제 블로거기자로 활동해온 블로거 블루문은 미디어다음의 ‘자기성찰’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들이 생산하는 기사를 ‘평가’하고 편집하기에 앞서 블로거들이 미디어다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블루문은 “(미디어다음이) 블로거들이 미디어다음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며 “네티즌들이 판단하고 있는 자신들의 성격을 파악한다면 미디어다음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따끔한 질책과 비판이 이어졌지만, 세 전문가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블로거의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블로거들이 정치적·문화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좋다”(블루문), “제도권 바깥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기존 언론과는 다른 관점과 내용을 담은 기사를 써냈다”(김 교수), “수십만에서 백만에 이르는 엄청난 조회 수와 많은 댓글들도 무척 인상적이었다”(김 기자)는 평이 바로 그 예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에서 후학을 길러내고 있는 김 교수는 시티즌 저널리즘과 뉴스 블로그의 관계를 연구하는 언론학자. inews24의 대기자이자 한국언론교육원 겸임교수로 있는 김 기자는 언론계와 학계를 넘나들며 블로그 저널리즘을 탐구하는 학구적 기자다.

네이버의 유명 블로그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을 운영하는 블로거 블루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대표적 파워 블로거. 하루 10시간 이상을 블로그에 투자한다는 그는 뛰어난 웹 컨설턴트이자 온라인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다음은 약 1시간 30분간 계속된 세 전문가와의 좌담회 전문. 이날 좌담회는 미디어다음이 마련한 ‘블로거뉴스 100일 맞이 블로거기자 간담회’에 앞서 열렸다.

미디어다음 :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블로거뉴스에 올라온 기사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었다면.

김사승(사진) : 요즘 들어 블로거뉴스에 올라오는 기사의 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중국 검색사이트에서 한국인들의 주민번호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 (기사 보기: 中서 검색해보니..한국 주민번호 ‘와르르’)

이 기사는 신문으로 치면 1단 기사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또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블로거가 뉴스 속으로 파고 들어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끌어냈다. 제도권 바깥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기존 언론과는 다른 관점과 내용을 담은 기사를 써냈다.

김익현 : 지난해 12월에 올라온 ‘copy & paste’라는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 미디어다음은 그 기사에 ‘미국 대학서 체험한 표절의 무서움’이란 표제를 달았다. (기사 보기: 美 대학서 체험한 표절의 ‘무서움’)

기사가 올라왔을 당시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그 기사는 표절 등 논문 조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미국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서술한 기사였다.

대안 미디어를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 아톤(Chris Atton)은 이처럼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을 자세하게 풀어 쓴 기사를 ‘네이티브 리포팅’(native report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기사야말로 블로거가 아니면 쓰기 힘든 기사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블루문의 ‘김완섭, 악플러 고소’ 특종(기사 보기: ‘독도 일본 땅’ 주장 김완섭, 악플러 고소?)과 숲고양이의 ‘교통카드 소액충전 불편’(기사 보기: 교통카드 5천원 충전하려다 ‘문전박대’) 같은 기사도 일반 시민이 곧 뉴스 생산자가 될 때 가장 잘 쓸 수 있는 기사였다.

아울러 수십만에서 백만에 이르는 엄청난 조회 수와 많은 댓글들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특종 기사를 비롯해 조회 수가 100만이 넘는 기사를 쓴 블로거기자 블루문에게 그 소감을 묻고 싶다.

블루문 : 오래 전부터 글을 써오지 않았다면, 무척 겁이 났을 것 같다. 사실 웬만한 신문도 발행부수가 30만 부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수십만 명이 읽는 페이지에 내 사진과 아이디가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9시 뉴스에 인터뷰가 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경험을 한 번 하면, 해당 블로거의 생활은 일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 미디어다음은 블로거가 겪게 될 변화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느껴졌다. 블로거기자 개인들의 변화에 대해서도 미디어다음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디어다음 : 국내에는 이미 블로그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매체들이 있다.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등이 그 예다. 또 오마이뉴스는 오래 전부터 시민기자 제도를 운영했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이들 매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블루문(사진) : 나는 예전부터 미디어다음을 오마이뉴스와 비교했다. 미디어다음을 단순히 포털의 뉴스서비스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와 달리 오마이뉴스는 블로거가 아니라 시민기자로 콘셉트를 제한한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에 블로그의 속성은 없다. 다만 시민기자의 속성만 남아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시민기자의 틀이 너무 공고하다.

또 오마이뉴스는 특정 정치 세력과 적대적이라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준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우선 자신의 이야기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정치적 각성이나 이슈를 만드는 것은 그 다음 관심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나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만족하는 편이다. 물론 블로거뉴스에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다. 하지만, 블로거의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블로거들이 정치적·문화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좋다.

김익현 : 정치적 지향성은 논외로 하고, 서비스의 차이만을 이야기하겠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는 한겨레 필진네트워크나 미디어몹과 서비스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미디어다음만의 장점은 사실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온-오프 간의 결합을 추구하는 한겨레 필진네트워크가 오프라인에 종속된 느낌을 주는 데 반해, 미디어다음블로거뉴스를 기존 언론사의 기사와 동등하게 편집한다는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미디어몹과 비교할 때 미디어다음은 폐쇄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미디어몹은 자체 블로그가 아닌 외부 블로그에도 열려 있다. 이런 문제는 회사의 정책 및 철학과 관계된 일일 것이다.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블로거뉴스는 외부 블로그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사승 : 포털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UCC; user-created contents )의 필요성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나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이들과 외형상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UCC를 활용하려는 주요 매체들이 유저, 즉 블로거들에 대한 통제권을 파격적으로 내려놓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블로거들에게 편집권을 대폭 이양하라는 것이다. 일종의 집단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물론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블로거들로 하여금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블로거들이 정체성을 가지면 더 본질적인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와 블로거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이는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다음 : 블로거뉴스에 대한 질책을 듣고자 한다. 아울러 앞으로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더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가기 위해 개선돼야 하는 점이 있다면.

김익현(사진) :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는 더 열리고, 더 겸허해져야 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는 기술이나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블로거뉴스의 지금 모습은 시민기자 모델과 아고라 토론방의 중간 지점에 어정쩡하게 있는 듯 느껴진다. 현재의 블로거뉴스는 블로그 저널리즘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는 폐쇄적인 구조다. 다음 블로거가 아니면 블로거기자단으로 활동할 수가 없다. 블로그의 기본 철학을 무시한 구조다. 블로그계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다음 블로거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는 블로거뉴스의 발전에도 좋지 않다.

또 블로거는 수동적으로 기사를 쓰고 미디어다음이 이를 일방적으로 채택하는 편집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기사 생산뿐만 아니라 기사 평가와 기사 배치의 권한을 블로거에게 돌려줄 의향이 있는지 묻고 있다.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디어다음은 최소한의 질서 관리자 역할만 해야 진정한 ‘블로거 해방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저작권, 초상권, 명예훼손 등 블로거뉴스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법적 책임 시비가 있을 때도 미디어다음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물론 그런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해당 기사를 쓴 블로거에게만 있다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곤란하다.

블루문 :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들이 생산하는 기사를 ‘평가’하고 편집하기에 앞서 블로거들이 미디어다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블로거들이 미디어다음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네티즌들이 네이버에 글을 보냈을 때 느끼는 점과 엠파스에 글을 올렸을 때 느끼는 점, 그리고 다음에 글을 송고했을 때 느끼는 점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라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각자 나름대로 특정 포털의 성격을 판단하고 있다.

미디어다음이 이런 방법으로 네티즌들이 판단하고 있는 자신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미디어다음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보다, 엠파스보다 다음이 더 강한 부분을 찾아 특성화하라는 것이다. 아고라는 그 한 예다.

김사승 : 블로거는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블로그에서 글을 읽고, 글을 퍼 나르고, 글에 의견을 다는 사람들도 블로거다. 이런 블로그의 필터링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또 자기 블로그가 아니라도 댓글을 달아 다른 블로거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어떤 글에 코멘트를 하고, 어떤 글을 추천하는 행위도 블로그 저널리즘의 일부다.

하지만 미디어다음에서 블로그 저널리즘의 이런 모습들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아니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는 현재 전통적인 매체의 시스템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블로거뉴스를 쓰고 읽는 행위도 더 입체화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다음은 또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신변잡기적인 이슈를 사회화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여겼다. 하지만 미디어다음은 아직까지 이 부분에 오마이뉴스만큼 능숙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블로거들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의 활동이 지극히 미약하다. 미디어다음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블로거로 수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미디어다음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 야후의 경우는 전직 CNN의 종군기자 캐빈 사이츠를 자사의 ‘페이드 블로거’(돈을 받으며 글을 쓰는 블로거)로 영입했다.

미디어다음 : 자연스럽게 페이드 블로거에 대해 논의하게 됐다. 양질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페이드 블로거가 반드시 필요할까. 의견을 듣고 싶다.

김사승 : 향후 페이드 블로거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다. 물론 일반 블로거들도 뉴스를 생산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매체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생산의 정기성이다. 이게 없으면, 매체로서 기능할 수 없다.

페이드 블로거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매체와 페이드 블로거의 관계가 중요하다. 블로거가 가졌던 원래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매체가 블로거를 대하는 입장을 잘 정리하면 된다.

물론 블로거가 초심을 잃는다면 블로그계에 많은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블로거들이 뚜렷한 정체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생긴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드 블로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페이드 블로거들에게 몰리고 있다. 페이드 블로거는 블로그 저널리즘의 숙제다.

김익현 : 블로거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블로거의 노력에 대한 비용 지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블로거 특종상이든 베스트 블로거든 좋은 콘텐츠에 대한 포상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의 대가 지급이 블로거들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것에 쓰이면 안 된다. 사실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글을 써서 돈을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나. 결국 제도 운영방식의 문제다. 대가 지급은 무엇보다도 감사의 표시가 돼야 한다고 본다.

블루문 : 생각이 좀 다르다. 페이드 블로거 제도가 기존 언론사들이 필자에게 투고를 받고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음에 기사를 보내는 블로거의 수가 100명이라면 가능한 일이지만, 블로거가 만 명이 넘는다면 이런 방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블로거들에게 일일이 원고료를 주는 방식의 페이드 블로거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블로거들의 글이 미디어다음 안에서 여러 매체들과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로거의 수와 독자의 수가 어떤 임계치를 넘으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된다.

더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미디어다음이라는 커다란 시장 안에서 스스로 평판을 쌓아간 블로거가 자신의 콘텐츠를 팔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뜻이다. 즉 미디어다음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이 ‘아! 미디어다음이 우리를 지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원고료 지급 방식의 페이드 블로거 제도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다음 : 끝으로, 블로거들의 기사 쓰기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아직도 많은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뉴스, 즉 기사를 쓴다는 사실에 익숙지 않다. 블로거의 기사 쓰기에 대해 조언한다면.

김사승 :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저널리즘적 행위로 인정받는다면, 블로거는 저널리즘의 책임을 무조건 져야 한다.

블로그에 기사를 쓰는 일은 일기를 쓰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사회적 의미를 지닌 뉴스를 생산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블로거는 기사의 정확성, 공정성, 투명성을 철저하게 유지해야 한다.

비록 자기 주변의 신변잡기적인 소재로 글을 쓰더라도 그 기사가 사회적 이슈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익현 기자가 앞서 예로 든 ‘네이티브 리포팅’이 좋은 사례다.

아울러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들이 기사 쓰기에 관한 기본적인 윤리와 최소한 법적 상식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영국 BBC방송은 자사 웹사이트에 BBC 뉴스 가이드북, 기사 쓰는 법 등 기본적인 내용을 올려놓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익현 : 물론 블로거가 굳이 기존 언론의 기사 쓰기 방식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뭔가를 쓴다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흔히 기자들 사이에서도 ‘한 번 소송을 당해봐야 정신 차리고 기사를 잘 쓴다’는 말을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기본적으로 블로거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음 역시 블로거와 함께 법적 문제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블로거뉴스는 관찰자가 아니라 행위자, 참여자가 직접 새 소식을 전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의 뉴스와 다른 장점을 지니는 반면, 이 점 때문에 ‘편향적이고, 좁은 시야를 가진’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블루문 : 직업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블로거뉴스에 기사를 쓸 때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직업 기자가 아닌 사람이 이렇게 기사를 써도 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출고된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아무도 이를 따지지 않았다.

물론 블로거가 미디어다음에 기사를 보내고자 한다면, 기존 저널리즘의 특징을 학습해야 한다. 사실을 정확히 적어야 하고, 사실과 의견을 혼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디어다음은 온-오프에서 상시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블로거가 뉴스 가치가 있는 내용을 그냥 일반적인 글에 담아 전하고자 한다면, 굳이 기사를 쓰듯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 기사의 기본 요소는 안다는 전제 하에 하는 얘기다.

미디어다음은 특히 블로거들의 이런 자유로운 기사 쓰기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 즉, ‘기사 쓰기는 이렇게 쉬운 것이다’라고 홍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사는 무척 쓰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디어다음은 그런 오해를 없애줘야만 한다. peony & 탱굴(2006.3.3)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컴퓨터 프로그램을 기계언어가 아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록해 놓은 것)를 인터넷에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해 공동으로 작업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이 지구 차원의 동참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 바로 오픈소스인데, 여기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이 모두 공개되고, 마치 극장과도 같은 공개적 공간에서 연쇄적으로 혁신이 일어난다.

바로 ‘리눅스’가 그와 같이 기존 상식을 뒤엎는 방식으로 개발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핵심 소프트웨어는 기업 내의 폐쇄된 환경에서 엄정한 프로젝트 관리 하에 개발되는 것’이라는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사건이었다.

오픈소스의 본질은 ‘훌륭한 지적 자산의 씨앗이 인터넷에 무상으로 공개되면 세계의 지적 자원들(소프트웨어 개발자)이 그 씨앗의 주변에 자발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욕이 충만한 우수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연결되고 정보가 공유된다면, 사령탑에 해당하는 중앙의 리더십이 없어도 과제가 속속 해결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 과제가 어떤 것이건 해결된다.

현대의 ‘가장 복잡한 구축물’ 중 하나라는 대규모 소프트웨어가 이런 신기한 원리 속에 완성되면서 인터넷의 위대한 가능성이 증명되었다. 이것은 인터넷 세대에게 큰 자신감을 준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행동 원리를 갖게 해주었다. / <웹 진화론>(우메다 모치오 지음, 재인 펴냄) 中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지난달 확대개편과 함께 시작한 이슈트랙백은 이른바 ‘오픈소스저널리즘’(위에서 설명한 ‘오픈소스’를 미디어에 적용한 것)을 현실사회에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잘만 가다듬어 가면 이는 블로거기자들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장희용 님의 제안 글 <둘째·셋째 아이 왜 안 낳으세요?>로 시작된 이슈트랙백 <정부에 애 안 낳는 이유 제대로 알립시다>는 블로거기자들이 이슈트랙백이라는 새로운 ‘미디어툴’(tool)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장희용 님이 애초 갖고 있었던 문제의식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국민이 현실에서 느끼는 것이 너무도 거리가 있어 저출산 문제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것. 장희용 님은 이런 문제의식을 설득력 있는 기사로 만드는 데 이슈트랙백을 이용했다.

만약 장희용 님이 기존 미디어의 기자라면, 몇몇 동료들과 편집회의를 한 뒤 통계조사를 벌이거나 사례를 수집해 기사를 썼을 것이다. 이는 ‘핵심 소프트웨어(기획 기사)는 기업(언론사) 내의 폐쇄된 환경에서 엄정한 관리 하에 개발되는(씌어지는) 것’이라는 기존 개발자들(기자들)의 고정관념과 비슷하다.

하지만 블로거기자 장희용 님이 택한 방식은 불특정 다수의 블로거(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그는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며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 왜 둘째·셋째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를 정부에 알리자”고 블로거들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장희용 님의 제안 기사 <둘째·셋째 아이 왜 안 낳으세요?>는 10만여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이 기사에는 모두 18개의 트랙백과 731개의 댓글이 달렸다. 트랙백으로 ‘공동취재’에 응했다고 볼 수 있는 블로거는 모두 14명. 장희용 님은 이어 <정부 믿고 셋째 낳을 수 있을까?>라는 후속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물론 이슈트랙백 <정부에 애 안 낳는 이유 제대로 알립시다>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장희용 님이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를 이용해 벌인 이 새로운 ‘미디어적 실험’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기존 미디어의 폐쇄적인 취재 방식과는 달리 처음부터 취재 아이템을 불특정 다수의 블로거들과 공유하고 공동으로 취재하는 오픈소스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블로거기자가 혼자 쓴 기사로는 일으키기 쉽지 않은 큰 반향을 공동취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으켰다(블로거뉴스에서는 4일간 이 주제와 관련된 기사를 주요하게 노출했다).

(지난 3월 편집자들이 제안해 세계 각국의 블로거기자들과 공동취재를 벌였던 <세계의 이력서, 함께 비교해볼까요?> 역시 위에서 말한 오픈소스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준 적실한 사례다. 이 경우는 공동취재를 통해 일으킨 반향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관련 글: ‘세계의 이력서’, CBS 인터뷰 예정 / ‘세계의 이력서’, KBS 방송 예정)

나는 더 많은 블로거기자들이 이슈트랙백이라는 이 새로운 미디어툴에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장희용 님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공동취재를 제안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다른 블로거기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동취재에 응하는 것. 이는 분명히 기존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편집자들은 조만간(한두 달 안에) 정식으로 공동취재의 장을 만들고, 공동취재 아이템을 제안하거나 공동취재에 힘을 보탠 블로거기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애드클릭스 등)을 만들 것을 약속한다.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리눅스의 기적’이 블로거뉴스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란다.


광고주들이 구글에 지불한 광고비를 유통기구를 거치지 않고 전 세계의 방대한 웹사이트에 세밀하게 분배하는 메커니즘, 이것이 ‘애드센스’이다.

(중략)

구글이 생각하는 경제 격차 개선의 가능성은 ‘애드센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부(富)의 분배’ 메커니즘을 통해 점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부의 분배’는 거대 조직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 구조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경우 말단까지 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자 한계다.

반면 애드센스의 경우 아무리 분배 대상이 방대해도 인터넷으로 연결만 되어 있으면 매우 세세하게 분배해 줄 수 있다. 게다가 그런 작업을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 구글은 인터넷의 ‘저비용 본질’을 활용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부의 분배 메커니즘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돈을 흘려보내 말단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엉성한 방식 대신, 말단 한 사람 한 사람의 공헌에 따라, 즉 개개인의 공헌을 정확히 계산해 거기에 걸맞은 돈을 내려 보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세계에는 방대한, 그러나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극히 작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시장이다. 우리들은 수많은 개인과 소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낼 것이다.” / <웹 진화론>(우메다 모치오 지음, 재인 펴냄) 中

<웹 진화론>에 실린 구글 애드센스에 관한 설명이다. 다음 애드클릭스를 쓸까 말까 주저주저하는 블로거기자 분들이 많은 듯해 이 부분을 옮겨 왔다. ‘부의 분배’ 등 거창한 얘기가 나오지만, 이 구절을 빌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간단하다. “애드클릭스 사용, 주저하지 마세요.” 이게 내가 하고픈 말이다.

이유는 이렇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자신의 글을 보내는 블로거기자라면 기사를 하나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힘든 일을 해낸 블로거기자들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 물론, ‘블로거특종’(상금 10만원)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모든 블로거기자가 받을 수는 없다.

블로거뉴스에 기사를 보낸 블로거기자가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우리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결코 블로거기자가 받지 않아도 되는 보상을 욕심내서(?) 받아내는 것이 아니다. 블로거가 자신의 지적 생산물(포스팅)에 대해 그 가치만큼 보상을 받는 것은 앞으로 더욱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다만, 다음 애드클릭스가 블로거기자들의 수고에 걸맞은 보상을 하지 못할까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예서 재미있는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블로거기자들은 이런 걱정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애드클릭스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블로거기자들이 애드클릭스를 많이 쓸수록 광고주들은 더 많은 돈을 애드클릭스에 풀어놓을 것이고, 애드클릭스라는 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해, 조금만 더 상상의 폭을 넓혀 보자면, 블로거기자가 애드클릭스를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비롯해 함께 기사를 쓰며 대안미디어를 만들어가는(이른바 ‘블로그 저널리즘’을 현실 사회에 구현해가는) 동료 블로거기자들을 지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좀 지나친 낙관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세상에 새로운 소통 방식을 만들어가는, 그래서 결국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블로거기자들이 이처럼 애드클릭스를 이용해 서로 도와가며 호흡을 맞추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발로 뛰며 끊임없이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