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연애란 둘 사이의 미디어를 발전시키는 것. 그러니까 두 존재 사이의 소통의 수단을 조심스럽게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동의하시나요?). 오랜만에 들국화의 노래 <매일 그대와>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아래는 연애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를 보여주는 두 편의 시. 정일근의 시 <나무, 즐거운 전화>는 “단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나무들의 “깨끗한 사랑”을 노래한다. 이때 연애 중인 나무와 나무 사이의 미디어는 고작(?) “바람”이다.

반면 정현종의 시 <꽃 深淵>은 연애 중인 존재들이 사용하는 훨씬 더 농익은 미디어들을 보여주고 있다. 달과 꽃과 인간. 이들은 서로에게 녹아들며 서로를 “실신케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때 이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는 “목”, “손”,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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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즐거운 전화 / 정일근

나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바람 부는 날 숲으로 가보셔요. 바람을 투명한 전홧줄 삼아 뚜와루 뚜와루 즐거운 나무들의 手話 혹은 樹話. 그리워 살금살금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도, 안타까워 안타까워 살 비비며 불태우지 않아도 기쁨 넘쳐나는 나무들의 깨끗한 사랑법. 저 단정한 거리를 두고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나무들의 사랑을 아시는지요? 사랑이여, 나도 이제 그대 앞에 한 그루 잎 많은 나무로 마주서고 싶습니다. 그대와 나 사이에 바람이 전홧줄을 놓아줄 때 잎새 하나 하나 사랑의 푸른 수화기를 들고 즐거운 전화를 걸고 싶습니다. 뚜와루 뚜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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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深淵 / 정현종

지난봄 또 지지난봄
목련이 피어 달 떠오르게 하고
달빛은 또 목련을 실신케 하여
그렇게 서로 목을 조이는 봄밤.
한 사내가 이 또한 실신한 손
그 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반쯤 벙근 목련 속으로 슬그머니 넣었습니다.
아무도 없었으나 달빛이 스스로 눈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