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언론인들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고 기존 패러다임을 고수하려 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매체 발전의 역사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려는 혁신 세력과, 그러한 혁신 움직임에 저항하려는 수구 세력 간의 끝없는 힘겨루기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항상 그 매체의 성격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매체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들은 새로운 매체를 경멸하거나 기존 관성에 젖어 새로운 움직임에 강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라디오가 나왔을 때 상당수 기자들은 오랫동안 신문 기사의 문법을 고수했다. 뉴스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청취자들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신문에서 사용되어 온 어휘나 문장의 구조를 바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문어체를 버리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라디오의 뒤를 이어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기의 텔레비전 뉴스 보도를 주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라디오 뉴스의 베테랑들이었다. 이들은 라디오와는 전혀 다른 텔레비전 기자로 변신하면서도 자신들이 수십 년 동안 사용했던 라디오 기사 문법을 계속 고수했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 텔레비전 시장을 주도했던 CBS가 처음 방송한 최초의 뉴스 보도는 강의 형식이었다. 리처드 허벨(Richard Hubbell)이라는 뉴스맨이 손에 지휘봉을 들고 유럽 지도 앞에 서서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화질이 매우 나빠 지도는 고사하고 허벨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진주만이 공습을 당했을 때 CBS는 스튜디오에서 선풍기를 틀어 펄럭이는 미국 국기를 화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매체가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 바뀐 뒤에도 여전히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매체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 김익현, <웹2.0 시대의 온라인 미디어>, 22~23쪽.

<2007 블로거뉴스 포럼> 두 번째 순서의 주제를 ‘왜 동영상인가’로 잡은 이유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기사 형식 파괴(?)’ 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블로거들에게 알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눈 밝은 이는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블로거뉴스가 지난 2005년 말 출범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인터넷에 맞는 기사의 형식을 찾아가는 것(즉, 기존 매체에서 쓰던 기사의 형식을 깨는 것).

라디오 발명 뒤 라디오에 맞는 기사의 형식을 찾아냈던 과정처럼, 그리고 텔레비전 발명 뒤 텔레비전에 맞는 기사의 형식을 찾아냈던 과정처럼(상기 인용문 참고), 블로거뉴스는 인터넷에 맞는 기사의 형식을 찾아가는 중이다.

자유와 창의와 평등의 공간이며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폭 넓은 그릇이기도 한 인터넷에는 아직까지도 고루한 형식의 신문기사와 방송기사들만 있는 상황이다(블로거뉴스를 빼고 하는 얘기다).

이는 라디오에서 신문기사 형식의 문어체 문장으로 뉴스를 전하고, 텔레비전에서 라디오 기사의 문법을 고수했던 옛날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들이 왜 신문기사와 방송기사의 문법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그간 생산해온 기사들은, 일정 부분, 현 저널리즘에 새로운 ‘암시’를 던져왔다고 생각한다. 신문·방송 등 기존 매체의 기사 형식에 갇혀 있는 뉴스의 생산자(시민기자 포함)와 소비자들에게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모습의 기사들을 보여 왔으니 말이다.

이제 블로거뉴스의 ‘기사 형식 파괴’ 실험은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접어든 것 같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에 대한 고민. 즉, 인터넷이 자유와 창의와 평등의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 단계에서 인터넷이 모든 종류의 콘텐츠(말하기의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현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텍스트를 뛰어넘어 사진으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블로거기자들이 있기는 하다.

[화보] 미술관서 만난 르네 마그리트와 비보이 / 고유석
[동영상] 강 위 가르는 호주 쾌속 수상버스 / 밍거니

하지만 블로거뉴스가 사진, 특히 동영상이라는 ‘말하기의 새로운 방법’을 인터넷에 맞는 기사의 형식 속에 잘 녹여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그것은 저널리즘과 동영상에 관한 이런저런 판단보다도 우선 블로거뉴스에서 동영상으로 말하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2007 블로거뉴스포럼>에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에 맞는 새로운 기사의 형식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이 참석하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장(場)을 열 뿐이다. 블로거뉴스의 ‘기사 형식 파괴’ 실험은 나를 비롯한 소수의 편집자가 아닌 여러 블로거들이 ‘즐겁게’ 계속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블로거뉴스는 신나는 ‘펑크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