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뉴스 편집자들이(더 정확히는 내가) 기사의 제목을 다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기사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요약한 문장에서 핵심적인 단어만을 남기고, 나머지 단어들은 지운다. ▲남은 핵심 단어들을 엮어 무난히 읽히는, 간결한 제목으로 만든다.

위 순서에 따라 지난 4월 28일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올라온 Magic해가 님의 기사 <홀로 남겨진 ‘장애인’>에 적절한 제목을 (다시) 달아보자. (이 기사는 5월 1주 블로거 뉴스 특종으로 선정됐으며, 쿠키뉴스와 국민일보에 의해 재차 보도되기도 했다.)

우선, 기사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버스정류장의 한 장애인이 장애인용 저상버스에 타려 했으나 버스의 슬로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타지 못했다(이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기사에는 이 밖에 <장애인이 외려 미안해했다>, <버스기사와 시민들이 장애인을 돕는 데 실패했다>, <시 당국에 이를 항의했으나 형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등의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사의 고갱이가 아닌 곁가지다.)

참고: <뚜렷한 고갱이가 좋은 기사를 만든다>

다음, 요약된 문장에서 빼도 되는 단어들은 무엇일까. <버스정류장의>, <슬로프가 작동하지 않아>는 덜 중요해 보인다. 버스를 타지 못했다는 정황이 장소가 버스정류장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슬로프 관련 부분은 (일반적으로 볼 때) 부연설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사의 핵심 단어를 엮어 가제목을 만들면 다음과 같다. <[동영상] 장애인, 장애인용 저상버스에 타지 못하다>. 이 기사는 결국 이를 좀 더 간결하게 다듬은 제목 <[동영상] 장애인, 장애인용 버스에 못 타다>를 달고 다음 초기화면에 올랐다.

물론 위 제목이 이 기사에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제목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동영상] 장애인, 장애인용 버스에 못 타다>는 (Magic해가 님이 기사에 스스로 붙인 제목) <홀로 남겨진 ‘장애인’>보다는 더 적절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편집자들은 전자와 같은 제목을 “기사 내용에 착 달라붙어 있는 제목”이라고 표현하고, 후자와 같은 제목을 “기사 내용 위에 붕 떠 있는 제목”이라고 말한다(공교롭게 Magic해가 님의 기사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홀로 남겨진 ‘장애인’>은 양호한 제목에 속한다).

‘기사에 달라붙어 있는 제목’(위에서 설명한 순서대로 제목을 달면 저절로 이렇게 된다)은 독자로 하여금 제목만 보고도 기사의 핵심 내용을 알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이런 제목은 독자의 머릿속에 구체적이고 선명한 상황을 떠오르게 해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반면 ‘기사 위에 떠 있는 제목’은 독자가 제목을 보고도 기사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홀로 남겨진 ‘장애인’>이라는 제목에는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뉴스’인 <장애인이 장애인용 버스에 못 탔다>는 사실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블로거 기자들이 ‘뜬 제목’을 다는 오류(?)는 왜 일어나는 걸까. 추측컨대, 대개는 제목에 ‘문학적 멋’을 부리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자신의 기사에 멋진 제목을 달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게 외려 기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문제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기사에 적절한 제목을 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제목은 기사의 얼굴이며, 기사가 독자를 만나게 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제목만 적절하다면, 신자유주의나 부동산 문제를 얘기하는 어렵고 거대한(?) 기사도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사 제목의 ‘유혹’은 문학이 독자를 유혹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즉, 미학적 감동을 찾는 독자에게는 멋진 제목이 유효하지만,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찾는 독자에게는 말 그대로 사실·정보가 담긴 제목이 더 유효하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참 당연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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